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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제 8 호 3줄 요약이 필요해

  • 작성일 2025-03-13
  • 좋아요 Like 1
  • 조회수 59
이선민

이선민 정기자


[3줄 요약이 필요해]의 3줄 요약
  1. 1. 현대 사회의 읽기 방식이 3줄 요약으로 변하고 있다.
  2. 2. 읽음의 행위가 트렌드로 바뀌며 긴 글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3. 그러나 진정한 이해를 위해선 글의 완독과 깊이 있는 읽기가 필요하다.

 

“3줄 요약 부탁드립니다.”

 

 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3줄 요약 부탁’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다양한 3줄 요약 요청 글을 볼 수 있다. 또 여러 글을 읽다 보면 하단에 3줄 요약이라는 부분이 있다. 말 그대로 3줄 요약이다. 위에 있는 긴 글을 단 3줄만으로 요약해 주는 것이다. 멀리 찾을 것도 없다. 인스타그램과 에브리타임 내 게시물만 봐도 해당 글의 글쓴이가 자신의 글을 읽는 누군가를 위해, 위에 있는 긴 글을 단 3줄만으로 요약해 준다.

이 기사를 읽고 있는 당신에게 질문하고 싶다. 과연 교지편집부에 올라온 기사의 페이지를 넘기지 않고 온전히 집중하여 완독해 본 적이 있는지. 사람은 보통 책도 편식한다고 한다. 자신이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한 글은 읽을지언정, 어떠한 주제인지도 모르는 긴 글로 쓰인 기사를, 막연한 마음으로 읽고자 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요즘엔 긴 영상, 긴 글을 보기 힘들어한다. 5분, 아니 1분 남짓한 영상과 긴 글에 추가되는 3줄 요약을 필수로 여기는 현대사회에서 ‘요약’이라는 도구에 의존하여 글을 ‘읽음’의 행위를 대체하곤 한다.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이러한 모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우리도 모르는 사이 기술과 매체가 발전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해 왔다. 굳이 시간을 내고 노력하지 않아도 ‘읽음’을 ‘시청’의 행위로 대체할 수 있으니, 얼마나 이 행위 자체가 가벼워졌는지 모를 것이다.

어떠한 이유로 우린 글 전체를 읽는 것을 힘들어할까?

 

 

 

1. 긴 글 읽기는 어려워

 

“여러분은 왜 긴 글 읽기가 어려운가요?”

 

24년 10월에 올라온 한 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6명인 62.4%가 ▲예(원본보다 요약형 정보를 선호한다)라고 답했다. 요약형 정보를 선호하는 이유로는(복수 선택)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70.7%), ▲원문을 다 읽기 귀찮아서(43.4%), ▲요약본만 읽어도 충분해서(28.6%) 꼽았다.

 이 외에도 멀티태스킹 문화의 보편화, SNS 활용의 익숙함이 있다고 본다.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요약형 정보를 선호한다는 비중이 가장 큰데,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며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현대인들에게 긴 글을 읽는 시간은 오히려 과도한 투자로 느껴지기도 할 것이다. 그렇기에 SNS 활용에 익숙한 세대로서 정치, 사회면 뉴스 같은 경우도 SNS에서 보기 적합한 이미지로 만들어진 카드뉴스를 통해 내용을 읽기보다는 시청을 택하는 추세이다. 다양한 미디어로 제시되는 환경은 다른 곳보다 더 짧고 간결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간편함을 제공하기에, 어쩌면 긴 글 읽기가 어려운 이유는 당연한 수순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시간을 아끼기 위해 요약을 선호하지만, 이는 글에 담긴 맥락을 피상적으로밖에 이해하지 못할 수 있다.

나의 경우 긴 글 읽기를 어려운 이유로 책을 예시로 들어본다면, 앉은 자리에서 완독하지 않으면 찝찝함이 남는다는 핑계 아닌 이유가 크다. 그렇기에 읽던 책을 중간에 멈추고 싶어도 완독에 대한 부담감으로 자신의 허들을 낮추면서 ‘읽음’의 행위를 회피하려고 했다. 검색 한 번으로 간편하게 내가 원하는 정보를 짧고 간결하게 얻을 수 있다. 그러니 한 편의 글을 읽는 어려움은 자연스럽게 요약형 정보의 선호로 이어지고 있다.

 

2. 볼 것도 많은데 굳이 읽어야해?

 

이제는 ‘읽음’의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

한 권의 책이나 기사를 전부 읽지 않고도 내용을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 대표적으로 유튜브와 챗지피티를 활용한 방법이 있다. 일상에서 보면 사실 긴 글을 읽지 않아도 볼 것들이 많다. 연합뉴스에서는 주요 기사를 요약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하여 독자들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우리는 정보를 얻기 위해 굳이 글과 책을 보지 않고 챗지피티를 통한 검색 서비스를 통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또 내용이 긴 정보의 경우엔 Chat-GPT라는 AI를 이용한 요약 서비스를 통해 정보를 ‘시청’할 수 있다.

읽기 트렌드 변화에는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도 무시하지 못한다.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우리는 10분 영화 요약, 1시간 요약본, 책 요약본 등 다양한 요약형 정보를 접할 기회가 많아지고 있다. 유튜브, 숏폼과 같은 매체의 발달로, 길어도 1분에서 5분 내외의 영상을 ‘시청’함으로써 누구보다 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 동안 얻을 수 있어 남들보다 효율적이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친구가 해준 말이 생각났다. ‘총균쇠’라는 책이 있다. 책은 두껍고 내용은 어렵다고 들어서 읽기 무섭다고 말한 나에게 친구는 ‘총균쇠 5분 요약’ 유튜브를 보고 책을 읽어보라는 조언을 해주었다. 친구의 말을 듣고 5분 요약본을 보니 진짜 책을 읽은 게 아님에도 ‘시청’을 통해 한 권의 책의 내용을 이해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 후 책을 펼쳤지만, 처음 보는 듯한 어색함과 동시에 허무함이 밀려왔다. 이는 전공 수업 중 책의 겉표지에 적힌 간단한 설명만 읽고 레포트를 제출하던 친구를 보며 느꼈던 감정과 비슷했다. 그 친구는 요약만으로 내용을 다 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그 주장은 어딘가 허술해 보였다.

이렇게 남이 작성한 3줄 요약을 보면서도 비슷한 의문이 들었다. 3줄 요약이 핵심을 담으려 노력하지만, 과연 모든 내용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까?

 

글을 읽는 누군가를 위한 배려일까, 아니면 글쓴이의 생각 정리일까?

 

글쓴이는 자신이 작성한 글이니 틀이 잡힌 상태에서 3줄 요약을 통해 정리가 될 것이지만, 글을 읽는 처지에서는 3줄 요약을 통해 글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발생하지는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과연 나는 이 5분 요약본으로 ‘읽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해’를 한 것인가, 아니면 이해를 한 것 같은 오만을 가진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러한 요약형 정보를 누구를 위한 것일까? 요약형 정보 수요에 따른 공급의 제공일지 아니면 변화하는 정보 공급 트렌드 변화에 따라 우리가 길들여진 것일까? 어찌됐던 이러한 변화가 오히려 읽음의 기회를 빼앗아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들의 생각을 단정 짓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 섞인 생각이 든다.

 

3. 그럼에도 긴 글 읽기가 필요한 이유 

긴 글 읽기와 같은 원문을 통해 우리는 글의 큰 틀을 파악할 수 있다. 나무를 보고 숲의 구조를 그려 나갈 수도 있지만, 숲의 구조를 통해 나무를 이해하는 것이 독자의 입장에서 더 쉽다고 생각한다. 글을 읽지 않으면서 생겨났던 대표적인 문제점인 문해력은, 글 전체를 읽음으로써 개선할 수 있다.

나의 초등학교 때를 떠올려보면 학교에서 한자를 배워 단어를 이해하는 활동은 매우 자연스러웠다. 100개의 한자를 외워서 시험을 보며 기본적인 어휘 능력을 검증받았다. 이를 교과서에서 적용하며 글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앞뒤 문맥을 통해 그 뜻을 유추하는 과정은 일상적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매체의 발달로 인해 검색 한 번이면 쉽게 단어의 뜻을 찾을 수 있다. 굳이 앞뒤 문맥을 읽지 않고도 부족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가 안 되는 단어를 찾아 한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독자가 전체적인 글의 깊이 있는 진정한 이해의 성과를 놓치게 만든다. 일상에서 원문, 글 전부를 읽는 행위를 통한 큰 틀을 보는 연습은 단순한 이해의 과정이 아니다. 큰 틀은 독자가 세부적인 글의 내용을 이해하며 깊이 있고 비판적인 사고가 가능한 힘을 얻는 과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들어 전 연령에 있어서 독서량이 감소했다는 기사를 참고하여 기사의 초안을 작성할 때만 해도 어떻게 하면 긴 글 읽기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느냐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이 무색하게 ‘한 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덕에 각종 서점에서 도서 판매량이 증가했다고 한다. 덕분에 이 기사를 작성하고 있는 10월은 독서의 계절이 되었다. 학교에 갈 때 아침 지하철 내 사람들은 대부분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 사람들 손에는 핸드폰 대신 책이 자리하게 되었고, 짬 나는 시간 동안 독서하는 그들의 모습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독서하는 모습을, 일명 ‘텍스트힙’이라고 한다는 기사를 봤다.

텍스트힙이란 글자(text)와 세련됐다는 뜻의 영단어 힙(hip)의 합성어다. 말 그대로 글을 읽는 행위 자체에서 ‘멋짐’을 느끼는 것이다. 누구는 이러한 독서의 열풍이 단순히 과시용이라 비판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좋은 풍조의 시작이라도 생각한다. 무엇이든 행위의 계기가 중요하다. 이동진 평론가가 그랬다. 문화에서는 허영이 필요하며 허영이 있어야 다른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고. 인간이 지루한 고전 영화를 참아가며 볼 수 있는 이유는 ‘지적 허영’ 때문이고 지적 허영을 인지했다는 건 본인의 부족한 부분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사를 작성하면서 이동진 평론가의 말에 큰 공감이 됐다. 처음에는 과시로 시작했을지라도, 책을 완독함으로써 전체적인 문맥을 파악하고 그 안의 지식을 곱씹어볼 기회를 제공받아 이해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3줄 요약과 같은 요약형 정보의 활용은 현재 및 미래 사회에서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 잡겠지만, 진정한 이해와 사고는 여전히 긴 글과 깊이 있는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으로 AI와 같은 기술의 발달로 함께 살아갈 사회에서, 우리는 기술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인간 본연의 사고력을 유지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요약은 하나의 도구이지, 우리의 사고와 이해의 깊이를 심화시키는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처음 읽었던 3줄 요약을 떠올려보자.

 여러분이 글 전체를 완독하며 느낀 것과 같은 깊이를 전해주었나요?”

 

 

 


 

[참고자료] 

1. 김달아, 연합 '기사 3줄 요약 서비스' 선보여, 21년 01월 11일, 한국기자협회, https://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8720

2. 용원중, 직장인 90% “문해력 수준 낮아졌다”… 62% “요약형 정보 선호”, 24년 10월 09일, 싱글리스트, https://www.slist.kr/news/articleView.html?idxno=585614

3. 김규철, [시론] 겉모습이 근사하다고 다 예술이냐, 24년 10월 02일, 대한경제,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409290834292390531

4. 신은정, 활자의 부활 텍스트힙, 24년 10월 12일, 아웃도어뉴스, https://www.outdoor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5190

5. 남효주, '짦은 영상홍수...긴 글어려워요, 24 10 08, TBC 뉴스https://www.tbc.co.kr/news/view?pno=20241007133646AE07526&id=190538

6. 나동욱, 직장인 89.7% "현대인의 문해력 수준 낮아졌다", 24년 10월 10일, 베리타스 알파,  https://www.veritasa.com/news/articleView.html?idxno=523026

7. 이나연, 네이버생성형 AI ‘숏텐츠’로 맞춤형 트렌드 보여준다, 24 09 27디지털데일리 https://www.ddaily.co.kr/page/view/2024092715565840562

8. 김민연, 긴 글을 읽지 않는 사람들, 22년 04월 28일, 채널 PNU, https://channelpnu.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30590

9. 최민서, [Opinion] 책을 왜 읽어? - 유식해 보이니까! [문화 전반], 24년 10월 16일, 아트인사이트,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2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