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8 호 기자보단 인플루언서, 학내 언론사보단 에브리타임
이소명 편집장
“학우들이 학내 언론사 기사들을 읽지 않는 이유가 뭘까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에브리타임의 영향도 큰 것 같아요.
아무래도 에브리타임이 간편하고 빠르니깐・・・・・.”
2년 전, 타 대학 언론인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자연스레 각자의 고민거리를 꺼내 놓기 시작하자, 어느새 신세 한탄의 장이 되어버렸다. 누군가는 에브리타임과 학내 언론사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에브리타임과 학내 언론사를 비교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기자와 인플루언서도 비슷한 양상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틱톡과 스냅챗 사용자들의 55%,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52%가
인플루언서 개인으로부터 뉴스를 얻는다고 답하였다.
그러나 주류 매체나 기자로부터 뉴스를 접한다는 응답자는 33~42%에 그쳤다.’
세상은 너무나도 빨리 변화했다. 어느덧 기자의 자리는 인플루언서가 대신 채우고 있고, 학내 언론사보다는 에브리타임을 찾는 시대가 도래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소식을 전해주는 자는 누구인가요?
대학생들에게 학내 언론사와 에브리타임에 대해 물었다. 10명 중 자발적으로 학내 언론사 기사를 읽는 학우는 1명에 불과했다. 학내 언론사를 찾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 함, 불편함’이 공통적인 대답이었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자면 학내 소식에 대해서 듣고자 할 때 학내 언론사를 굳이 거쳐야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필수적인 소식은 학교 공식 홈페이지에 나와 있으며, 간단한 소식은 지인이나 에브리타임을 통하는 것이 훨씬 빠르다는 것이다.
역시나 대학생들에게 기자와 인플루언서에 대해 물었다. 10명 중 모두가 인플루언서를 통해 뉴스를 접한 경험이 있다고 하였다. 또, 기자보다 인플루언서를 선호한다는 학생은 6명이었다. 길고 지루한 뉴스를 짧게 핵심만 정리하여 흥미롭게 전달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학우들이 인플루언서와 에브리타임을 선호하는 공통적인 이유는 ‘빠름’과 ‘간편함’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빠름’과 ‘간편함’은 얻었지만, ‘정확성’과 ‘신뢰성’을 잃은 것은 아닐까. 언론사 방송 뉴스는 주제마다 짧으면 30초, 길면 15분, 평균적으로는 5분이다. 하지만 인플루언서들이 전하는 뉴스는 짧게 편집되어 대부분이 30초면 끝난다. 학내 언론사와 에브리타임을 비교해도 비슷한 실정이다. 교지로 예를 들자면 교지는 한 기사당 5,000자 내외로 구성되어 있지만, 에브리타임에 올라오는 글들은 똑같은 주제를 전하더라도 3줄 내외이다. 똑같은 내용을 전하지만 그 길이가 짧다는 건 일부 내용을 생략한다는 것이고, 그렇다 보면 내용이 와전될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그래서 ‘정확성’과 ‘신뢰성’을 잃은 우리들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2020년대부터 새롭게 등장한 말이 있다. 바로 ‘사이버 렉카’이다. 렉카는 레커차의 줄임말으로 자동차 사고 현장에 출동하는 사설 구난차이다. 레커차는 빠르게 현장에 도착해 사고 차량을 선점하기 위해 난폭운전을 하기도 하는데, 이를 자극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달려드는 스트리머에 비유한 단어가 사이버 렉카인 것이다. 사이버 렉카는 분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문화・사회・연예 등에서 이슈가 발생하면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만들어 내 조회수 늘리기에 중점을 맞추고는 한다. 또 이들은 대부분이 익명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근거 없는 말을 뱉고, 이가 들통나면 잠적하기도 하는 무책임한 행동을 보인다. 실제로 K-POP 아이돌의 영상을 악의적으로 편집하고,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퍼트리며 수익을 내던 유명 사이버 렉카 ‘탈덕 수용소’가 있다. 탈덕 수용소는 유튜브가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기에, 당사자를 찾아 소송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며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소속사의 노력 끝에 미국 법원의 허가를 통해 해당 인물의 정보를 제공 받아 소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 수사망이 좁혀오던 것을 느끼던 탈덕 수용소는 중간에 잠행을 취하기도 했다. 탈덕 수용소는 활동 당시 유튜브 구독자가 6만 명이었고, 월 평균 1,000만원 총 2억원의 수익을 냈다. 신뢰가 확보되지 않은 글의 소비한 결과는 참담했다. 표적이 된 아이돌들은 상처를 받았고, 근거 없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다. 그런 뉴스 소식을 소비한 우리들도 가해자임과 동시에 피해자이다. 신뢰성을 잃은 글의 소비는 새로운 신뢰성 없는 글을 생산하게 했다. 또 신뢰성 없는 자극적인 글을 맛 본 우리는 신뢰성은 있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글에 흥미를 잃게 되었다.
에브리타임 또한 ‘익명성 확보’라는 제도가 비슷하기에 평소보다 더 자극적이고 과격한 말을 뱉게 된다. 실제로 학우들에게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았더라면 뱉지 않았을 말이지만 에브리타임은 익명성이 보장되기에 작성한 적이 있다’라는 질문에 10명 중 5명이 ‘그런 적이 있다’고 답했다. ‘에브리타임 게시글 또는 댓글을 보고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라는 질문에 10명 중 8명이 ‘그런 적이 있다’고 답했다. 실제로 에브리타임에 접속하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흡연 에티켓을 지적하며 서로 인신공격을 하는 글은 시기와 상관 없이 꾸준하게 올라온다. 또 시험기간이면 도서관 이용자가 늘어 이용 방식에 대해 다투는 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최근에는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사태로 대학가에서 이슈가 되자, 젠더갈등으로 변질되어 에브리타임이 싸움의 장이 되기도 했다. 익명이라는 수단을 얻고 난 뒤로 자신이 뱉은 말의 책임감은 사라져 버린 듯하다.
학우들이 그리고 언론의 소비자들이 에브리타임과 인플루언서를 선호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시대의 변화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의 삶은 편리해졌고, 우리는 그에 스며들고 있다. 나 또한 종이를 읽는 시간보다 전자 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이 훨씬 길다. 종이 신문만 전해지던 시절에서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생겨났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꼭 집이 아니더라도 뉴스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보던 인물은 아나운서와 기자가 아닌 인플루언서로 변화했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교지 역시 변화했다. 1969년부터 이어오던 교지는 2018년 코로나의 여파로 휴식기를 가졌다. 그리고 그동안의 종이책의 역사를 아쉬움으로 남긴 채 2021년 웹진으로 전환되었다. 이런 변화와 함께 교지를 찾는 학우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시대의 변화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대학 언론인으로써 슬픈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우리는 편리함을 얻었지만 그 편리함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상처를 입힐 수 있다는 사실 말이다. 나 자신에게 합리적인 소비도 중요하지만, 신중한 소비 또한 필요하다. 글의 마무리가 어려우니 어디선가 들은 말로 마무리 해보도록 하겠다.
“스마트폰은 가볍고, 종이 책은 무겁지만 무거운 만큼
우리에게 주는 안정감과 따스한 위로가 있다.”
참고자료